한전 사장 “누적적자 한계 봉착… 전기요금 인상 간곡히 호소”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16일 세종시 한 음식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한전 제공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16일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함을 정부 당국에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김동철 사장은 이날 세종시 한 음식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은 그동안 전기요금 조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왔지만, 한전의 노력만으로는 대규모 누적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에너지 가격 급등 시기에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공급해 2021∼2023년 연결 기준 43조원의 적자가 쌓였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3조원이며, 한해 이자 비용으로만 4조 5000억원을 썼다.
한전은 2022년 이후 6차례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 지난해 3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40조원대에 달하는 누적적자는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 호소에 앞서 자구노력에 최선을 다해온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자산매각과 사업조정 등으로 7조 9000억원의 재정건전화 실적을 달성하고, 정부와 한전의 노력으로 구입전력비 7조 1000억원을 절감했다”며 “임금반납과 희망퇴직 등도 이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최근 중동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와 1300원 후반대의 고환율로 재무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상황”이라고 대외적 위기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지난 연말 시행했던 자회사 중간배당이라는 창사 이래 특단의 대책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며 “만약 요금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한 전력망 투자와 정전고장 예방에 드는 필수 전력설비 재원 조달은 더욱 막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김 사장은 “최근 3년간 글로벌 에너지 위기 당시 이탈리아는 전기요금을 700%까지 인상했다. 영국에선 174% 인상했지만, 30여개 전력판매사업자가 파산했다”며 “프랑스는 적자를 견디지 못한 전력회사 EDF 지분 100%를 완전 국유화했을 정도”라고 부연했다.
김 사장은 “(요금 인상 없이는) 한전과 전력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협력업체와 에너지 혁신 기업들의 생태계 동반 부실이 우려된다”며 “이는 결국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서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반드시 통과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촉구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이 어느 수준까지 인상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확한 요금 인상 폭은 정부 당국이 결정하는 것이지만, 원칙과 방향이라고 한다면 2027년까지 한전 사채 발행 한도를 2배 이내로 축소하면서 그때까지 누적적자가 다 해소돼야 한다”며 “적절한 배당까지 생각하면 상당폭의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1㎾h(킬로와트시)당 전기요금 1원을 인상하면 연간 기준 한전 적자 약 5500억원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
한편 김 사장은 한전의 영국 원전 수출 가능성을 묻는 말에 “지난해 영국에 다녀왔을 때 그쪽에서 먼저 한전이 ‘온 타임 온 버짓’(예산 내 적기 시공)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서 보여준 것을 알고 있을 정도로 한전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며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영국 측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웨일스 앵글시섬 윌파 원전 부지에 새 원전을 건설하는 문제에 대해 한전과 초기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