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당하겠어요" 비명 터졌다…2000명 뒤섞인 티몬 환불런 대란
뙤약볕에 30m 늘어선 줄...양산과 손선풍기 등장, 몸싸움도 벌어져
티몬으로 방학 때 여행으로 갈 대만행 항공권을 산 대학생 최모(24)씨는 26일 오전 7시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를 찾았다. 최씨는 “뉴스를 통해 (티몬) 환불 정지 사태를 접했다”며 “20만여원을 잃게 생긴 상황이라 인천 미추홀구 집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고 말했다. 대기번호 1551번인 최씨는 티몬 본사 입구에서 다른 피해자들이 나눠주는 수기 환불 신청 정보 입력 종이를 받아들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0시부터 티몬 본사 입구에는 환불을 받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인파가 몰려들었다. 본사 건물 지하는 물론이고 입구부터 옆 블록 골목까지 30m가 넘게 대기줄이 길어졌다. 아침이 되자 지친 시민들은 양산을 펼쳐 든 채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열기를 식혔다. 이미 환불 작성표를 적은 이들도 실제 입금이 될 때까지 지하 현장에서 대기했다.
지난 밤 이곳에 와서 700번대 대기표를 받았다는 박모(46)씨는 “송파구에 살아 뉴스를 보자마자 당장 뛰어왔다”며 “환불 가능 여부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티몬에서 300만여원짜리 여행 상품을 결제했다. 결혼기념일 여행을 위해서 4년간 조금씩 모은 돈이라 충격이 더 컸다고 했다.
박씨처럼 현장을 떠나면 혹시라도 환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신이 쌓이면서 대기 인파는 점점 불어났다.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를 안은 여성, 어린아이들과 온 가족이 몰려온 경우도 보였다. 서울 송파구가 직장이라는 최모(51)씨는 “회사에 연차를 내고 왔다”며 “같이 여행을 가기로 한 친구도 여기 와있다. 9월 출발하는 여행권이 각 500만원이라 1000만원을 손해 볼 수 있어 일단 줄을 서고는 있는데 자포자기 심정”이라고 말했다.
인파에 현장에선 소동도 벌어졌다. 환불 명부를 수기로 적는 종이를 배부하는 과정에서 먼저 받으려던 시민 간에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바닥에는 찢어진 종이가 흩날렸고, 수기 명부를 받지 못한 이들은 임시방편으로 가지고 온 종이 노트에 피해 금액과 대기 번호를 적었다. 수기 명부를 접수하는 지하로 내려가려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곳곳에서는 “밀지 마” “압사당하겠어요.”라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앞서 티몬 측 권도완 운영사업본부장은 이날 오전 0시 40분쯤 본사에 몰려온 피해자들에게 “성수기 여행상품 중심으로 환불을 진행하겠다”며 “30억~40억가량 환불자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2시부턴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대기표에 따라 환불 신청 접수가 시작됐다.
이날 오전 7시쯤 일부 피해자들이 현금 입금을 확인하고 “와”라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26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현금 정산을 받은 고객은 약 150명이며 현장에서 환불 대기 번호를 받은 이들만 2000명을 넘었다.
한편 위메프는 이날 오전 5시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진행해오던 현장 환불 접수를 중단했다. 전날 새벽부터 2000명 이상에게 현장 환불을 진행했으나 본사로 인파가 몰리자 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온라인 접수로 창구를 단일화한 것이다.
하지만 본사를 찾은 고객 100여명은 현장 환불 접수 중단 소식을 듣고는 “오늘부터 돈이 없는 거 아니냐” “사장 나와라” 등 고함을 치며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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