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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AV배우로 데뷔하라"는 말이 공개될 수 있을까

도야지의정보 2024. 6. 2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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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노빠꾸 탁재훈’ AV배우 오구라 유나 “데뷔해달라”, 제작진 “재미 위해 편집 없이 방송”
넷플릭스 신동엽·성시경 출연 ‘성+인물 : 일본편’ 등 불법 AV 이야기 양지화, 언론보도 한몫 

▲ 유튜브 노빠꾸 탁재훈 19일자 영상 화면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이하 노빠꾸)'이 일본 AV(Adult Video)배우 오구라 유나가 걸그룹 시그니처의 멤버 지원에게 AV배우로 "데뷔해달라"고 발언한 내용을 방송해 비판 받고 있다. 오구라 유나는 지원에게 "몸매 좋아서 인기 많을 거 같다. 꼭 데뷔해 달라. 진짜 톱배우가 될 수 있다. 내가 도와주겠다. 선배니까"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그대로 공개되자 다수 매체에서 "성희롱 논란이 벌어졌다"며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자 노빠꾸 제작진은 "이번 이슈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불찰이며, 시청자분들이 우려하시는 바와 같이 새롭게 MC 합류한 지원씨에 대한 배려가 없었음을 인정해 제작진은 지원씨 본인과 C9엔터테인먼트 관계자를 만나 진심 어린 사과를 전달했다"며 "녹화 현장에서, 지원씨에게 질문한 내용이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탁재훈씨는 만류하였으나 현장의 재미만을 위해 편집 과정에서 탁재훈씨 의도가 드러나지 않게 편집이 된 점에 대해서도 탁재훈씨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입장을 냈다. 프로그램 얼굴인 탁재훈을 보호해 프로그램 자체는 지키면서 익명의 제작진이 책임을 뒤집어쓰는 입장문이다.

제작진이 사과했고 해당 발언 부분을 영상에서 삭제했으니 일단락된 걸까? 국내 기준으로 불법 영역에 있는 AV배우가 유명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여성 가수에게 "몸매가 좋으니 데뷔하라"고 제안하고, 이를 제작진이 "재미만을 위해" 내보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언제부터 만들어진 걸까? 이는 누가 만든 걸까? 유쾌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던 탁재훈은 오구라 유나의 발언을 제지하려 했으니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걸까?

논란이 된 지난 19일자 노빠꾸 해당 영상은 "재소환 된 노빠꾸의 전설"로 오구라 유나를 소개하고 있다. 해당 영상은 25일 기준 조회수 132만회가 넘었다. 지난해 3월9일 노빠꾸에 오구라 유나가 출연한 영상의 조회수는 현재 1200만 회가 넘는다. 이 채널에서 오구라 유나는 흥행을 위한 '전설'이다. 노빠꾸는 이번 논란을 넘어 불법 영역에 종사하는 AV배우가 대중적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기여한, 책임이 막중한 채널인 셈이다. 노빠꾸 채널의 다른 출연자 영상 제목에도 '오구라 유나'가 붙은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 넷플릭스 '성+인물 : 일본편'

노빠꾸 못지않게 불법 영역을 양지로 끌어오는 데 역할을 한 프로그램이 있다. 넷플릭스 코리아가 제작해 지난해 4월 공개한 '성+인물 : 일본편'이다. 신동엽과 성시경이 일본을 찾아 실제 성행위가 이뤄지는 일본 AV산업을 미화하면서, AV배우들은 성착취 피해 없이 자신감 있게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을 다뤘다. 신동엽이 SBS 'TV 동물농장' 등 프로그램 진행으로 얻은 긍정적인 이미지, 성시경이 발라드 가수로 쌓은 부드러운 이미지를 AV산업 양성화에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오구라 유나는 '성+인물 : 일본편'에 출연했다.

이를 제작한 정효민·김인식 PD는 지난해 5월 언론 인터뷰에서 "본인의 생각을 드러내는 부분을 내보내는 걸 미화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AV가 불법이라는 지적엔 "한국에서 AV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건 불법의 영역에 들어가지만 개인이 보는 건 불법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일본에서는 제작도 합법이고, 전 세계적으로 제작이 합법인 나라가 적지 않다"고 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나우는 2016년 3월 보고서에서 "AV 촬영 과정에서 출연자들이 부상을 입거나 성폭행을 당해도 '동의', '연기'라 여겨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협박 등 성착취가 벌어지는 현실을 고발했다. 그럼에도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나온 AV배우들은 성착취 등 비윤리적 부분이 없다는 전제로 AV산업을 문제 없는 유희의 영역처럼 다루고 있다.

해당 방송에서 신동엽은 남자 배우에게 "지금까지 몇명의 여배우와 해봤느냐"고 묻고, 여자 배우에게는 "외모 등은 내 스타일이었는데 촬영하고 나니 좀 별로인 사람이 있었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진다. "(AV가)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걸로 성범죄율을 낮춘다"는 발언까지 방송에 나온다. 금기를 깬다는 명목으로 불법의 영역을 넘나들고,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은 주장으로 AV배우가 대중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1년쯤 지난 현재 시점에서 노빠꾸와 '성+인물 : 일본편'은 AV 미화의 주역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러한 흐름에 언론계도 한몫했다. 지난해 12월 오구라 유나는 제31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ENM 예능상을 받았다. 위에서 언급한 두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이유로 해당 상을 받자 '심사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수상이 결국 불법 성인물 촬영을 독려한 꼴이라는 지적이다. 이 행사를 주관한 곳은 한국연예정보신문, 아시아콘텐츠제작자협회이고 후원사는 서울미디어그룹, 내외뉴스통신, nbn시사경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다.

AV 관련 목적 불명의 기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헬스조선은 지난 10일 <초고령 사회 일본, 실버 포르노 인기… '80대' AV 배우까지?>에서 "지난 1월28일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일본에서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 배우가 등장하는 실버 포르노(AV)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면서 "성관계는 인지 능력에 도움이 된다", "성관계는 면역력을 높이기도 한다" 등의 내용을 기사에 담았다. 1월말 외신 내용을 5개월이 지나서야 인용해 작성한 기사다. 다음날인 지난 11일 땅집고는 <일본에서 실버 포르노가 각광받는 이유..81세에 데뷔한 AV 여배우도>에서 역시 가디언을 인용해 "일본에서 노인이 주인공인 '실버 포르노'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0일 일요신문은 <'청순파' 일본 AV 배우 아오조라 히카리 "친구 따라 입문, 원래 꿈은 간병인">에서 일본 AV배우 아오조라 히카리 인터뷰 기사를 냈다. 기사를 보면 한 관계자는 "히카리는 어찌 보면 시골 소녀 느낌이 나서 성형이 안 어울리는 얼굴"인데 "성형하지 않는다면 롱런하리라 본다"라고 해당 배우를 평가했다. 또 대다수 매체에서 오구라 유나를 '친한파' 일본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 일본 AV배우 오구라 유나를 '친한파'라고 소개하는 기사제목

이러한 미디어 덕분에 불법·음지의 이슈는 확실히 '논란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AV배우로) 데뷔해보라"는 말을 들은 시그니처 멤버 지원의 소속사 C9엔터테인먼트는 "지원은 '노빠꾸' 방송의 콘셉트로써 촬영에 최선으로 임하고 어떠한 감정적인 문제도 없다"며 "제작진 측으로부터 편집본을 사전에 공유받았으나 '노빠꾸' 채널에서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방송 송출분에 대한 이견이 없음을 전달했다"고 했다.

'성희롱 발언' 논란이 벌어졌는데 발언을 들은 당사자 측에서 '문제없다'는 입장을 냈으니 노빠꾸 등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한 것처럼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지난 4월 천하람 당시 개혁신당 당선자가 일본 AV배우를 초청한다고 밝혀 논란이 된 '성인페스티벌' 개최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여성신문 4월24일자 기사를 보면 성인페스티벌 주최 측에선 "천하람 당선자가 정치적으로 뜨기 위해 우리 행사를 이용하는 게 싫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미 미디어를 넘어 정치권에서도 불법인 AV를 찬반의 영역으로 위치시킨 뒤였다.

최근 국내 인기 유튜브 채널에선 여러 일본 AV배우가 출연하고 관련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란 명목 하에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겠지만 탁재훈·신동엽·성시경의 인지도와 이미지에 힘입어 주목을 받은 불법 음란물에 대한 뒷이야기는 유튜브에서 더 많이 떠돌아다닐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이미 TV 프로그램에 AV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유튜브와 OTT까지 진출한 AV 이야기가 곧 국내 지상파나 종편 등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건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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