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야지의정보
대법원,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손해배상 책임 첫 인정 본문
서울 서초동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가습기살균제 제조사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해 제조·판매 기업의 민사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이번 판결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발병 사이 인과관계가 낮다고 분류된 3단계 피해자들도 제조사를 상대로 피해를 배상받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일 김모씨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납품업체 한빛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2007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옥시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기침 등 증상이 발생한 그는 2013년 5월 간질성 폐질환 등 진단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조사 결과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2014년 ‘3단계’ 판정을 내렸다.
3단계는 가습기살균제 노출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다른 원인을 고려할 때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주로 1(가능성 거의 확실)·2(가능성 높음)단계 피해자들에게 정부지원금 등이 집중됐고, 3·4(가능성이 거의 없음) 단계 피해자들은 초기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옥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2단계 피해자들에게만 3600억원 수준의 배·보상을 했다.
김씨는 2015년 옥시와 한빛화학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김씨는 “위험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가 함유된 가습기살균제를 팔면서 ‘인체에 안전하다’는 문구를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김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설계상·표시상 결함이 인정된다며 옥시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씨가 2018년부터 정부의 구제급여 지원 대상자로 인정돼 월 97만원을 받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500만원으로 정했다.
2심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 주성분인 PHMG 입자는 크기가 매우 작아 코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에 깊숙이 들어가 침착한다”며 “피고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에는 설계상 및 표시상 결함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원고가 신체에 손상을 입었다”고 판단했다. 제조사가 ‘아이에게도 안심’ 등 문구를 써 제품의 유해성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이날 “원심 판단에 제조물책임에서의 인과관계 추정, 비특이성 질환의 인과관계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고가 3단계 판정을 받은 질병관리본부 조사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 폐질환 가능성을 판정한 것일 뿐이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그로 인한 질환의 발생·악화에 관한 인과관계 유무 판단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의 구체적 증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손해배상 소송에선 질병관리본부 판정과 별개로 인과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로 가습기살균제 3·4단계 판정자들에 대한 제조·판매사 기업의 배상 책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3·4단계 피해자들은 피해 구제를 촉구하며 다수 손배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 3단계 판정자는 208명에 달했다. 4단계 판정자는 1541명이었다.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를 인정받은 피해자는 지난 7월 기준 총 5041명으로 늘어났다.
김씨는 통화에서 “액수를 떠나 대법원이 가해 기업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본다”며 “1심 후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다른 3단계 피해자들을 생각해서라도 패소 판결을 남기면 안되겠다 싶어 대법원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가해 기업이 죄책감을 갖고 소비자에게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길 바란다”고 했다.
원본 : https://v.daum.net/v/20231109101324838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뿐인 대한민국?…‘서울섬’ 지도 사진 SNS에 올린 김동연 (42) | 2023.11.10 |
---|---|
이재명, 비명계 겨냥 ‘개딸’ 시위에 “이런 행동, 당에 도움 되겠나” (38) | 2023.11.10 |
3년 5개월만 컴백 '개콘', 봉숭아 학당 빼고 싹 바뀌었다…관전 포인트 셋 (48) | 2023.11.09 |
3배 비싼 암표…성시경, 매니저와 암표상 직접 잡아 (47) | 2023.11.09 |
서울 한복판서 '가짜 비아그라' 제조…시가 920억원 (44) | 2023.11.09 |